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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뻘 드러난 열엿새 저녁 바닷가 8㎞ 산보제50회 쉬엄쉬엄 걷기 ‘달빛아래 명사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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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23  16: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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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 오리엔테이션

# 마음만이라도 함께하고픈 사람들도
열흘 전 매우 색다른 걷기를 했다. 물 빠진 밤바다를 두발로 걷는 기회였는데 매월 두 번째 토요일인 7월 12일 그 날은 음력으로 유월 열엿새였다. 전날 답사 할 때 보여준 보름달을 기대하고서…

주말의 다소 나른해진 몸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오후 5시, 약속장소인 고창초등학교 주차장에 나갔다. 열댓 명이 모였고 걷기 출발지인 동호해수욕장에도 도착했다는 고창인들의 연락이 왔다. “함께 걷지 못해 안타깝다지만 이렇게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니 기쁘다”며 김춘진 의원과 이상호 군의장이 인사를 나누고 갔다.

친한 사람끼리는 되도록 함께 타지 말고 새 얼굴들과 안면을 트는 기회를 갖게끔 승용차에 나눠 타고 길을 나섰다. 자주 다녀본 길이지만 혼자서 말없이 앞만 보고 달리던 때와는 달리 여럿이 앉은 차 안은 소풍 떠나듯 마음을 설레게 한다.

 

   
▲ 동호해수욕장 출발

# 사리의 절정으로 넓은 바다 열려
30분이 채 안되어 도착한 동호해수욕장은 솔밭 사이로 모양도 제각각인 텐트들이 자리를 잡고 우리를 반겼다. 사리 기간이라 벌써 1㎞ 가깝게 뻘이 드러나고 바닷물이 쉼 없이 빠지면서 바람도 송림을 거치며 솔향기를 보탰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바싹 마른 해안가의 모래밭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화장실도 다녀오고 짐을 챙기는 여유시간을 갖고 백사장에 모였다.

오늘은 구름에 해가 가려 낙조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따가운 햇살을 제거해 걷기에는 그지없이 좋은 날이었다. 지난달 전북초대작가에 오른 박현규 씨가 기념촬영을 제안해 자리를 잡고 폼을 잡으려는데 이미 찍었단다. 경직된 모습보다는 조금 흐트러진 상태가 더 자연스럽단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어딘가 모르게 서운한 표정에서 정형화 된 액자 속 사진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마음의 틀이 엿보인다.

차도, 인도, 중앙선도 구분 없는 그냥 넓디넓은 바닷가 모래밭을 각자 편하게 걷기 시작했다. 방향만 남녁을 향하면 바닷가 쪽으로 백미터를 벗어나도 뭐라고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길과 선에 얽매여 살던 사회규제로부터 영혼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이었다.

 

   
▲ 김용현, 김유완(우측) 씨

# 스물아홉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
엊저녁 선운산 수리봉 정상에서 텐트 숙박을 하고 왔다는 김용현 씨는 재경 고창인이다. 지난 4월의 ‘태백산맥 문학 속으로’ 벌교 걷기에 참여한 적이 있는 그는 주말이면 전국의 명승지를 다니는데 매월 둘째 토요일이면 고향으로 마음이 향한다고 했다.

객지에서 살다 올해 초 고향에 돌아오게 되었다는 유기상, 조연주 부부는 “군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했고, 이제는 고향의 산천과 사람들을 천천히 알아가는 걷기에 자주 참여하겠다”며 선거에서 보내준 지지에 감사를 전했다.

해수욕장을 벗어나 군인들이 주둔하는 해안중대를 지나자 육중한 제방 위에 세워진 전라북도 수산기술연구소가 나타났다. 처음 본 참가자들은 때마침 그곳에서 함께 걷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홍병찬 씨에게 “여기가 뭐하는 곳이여?”라고 묻자 군청 해양수산과에 근무하는 그가 설명을 해주어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해안가 상부마을은 ‘괭이뿔’로 불리는데 이는 3백미터 쯤 떨어진 ‘위사시여(암초)’가 생쥐의 형상으로 상극관계인 고양이를 말하는 것으로 풍수사상이 지명에 실린 좋은 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물빠진 뻘밭도 걸어보기

# 붉게 물드는 수평선의 구름 낙조
해안 암석지대를 지나자 유럽풍 ‘핀란체 펜션’이 자리한 명사십리 해양파크 단지가 보인다. 우리는 좀 더 걸어서 ‘메르팡 펜션’ 앞 전망대 데크에 자리를 잡았다. 펜션들이 지중해 관광지에 온 듯 이국적 느낌이 풍기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각자 집에서 싸온 음식은 가짓수만큼이나 고유한 맛을 품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경라 씨의 팥죽도 인기를 모았고, 안재엽 씨가 선보인 검정삶은달걀의 비결은 끝내 밝히지 않아 미스테리로 남았다.

식사 후에는 서로 인사를 나누는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아산면 인천초등학교와 아산중학교 출신으로 해리면에 시집와서 사는 김요순 씨는 동기 이양재, 홍병찬 씨, 김유완,김애희 부부, 그리고 갑계친구 남명자, 황경희 씨 등 7명과 처음 참여했다. 더불어 이 날 첫발을 내디딘 이는 고창읍 김달호, 송성용, 안종선, 최선례 씨, 고수면 김옥현, 서성임 씨. 해리면 귀촌인 신희준 씨 등 29명 중 반이 넘었다.

 

   
▲ 괭이뿔 암석지대

# 무지개 다리를 제안합니다
붉게 물드는 수평선의 구름으로 낙조를 대신 감상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동호, 광승, 사반마을 앞바다를 지나며 거칠 것 없는 넓디넓은 백사장을 삼삼오오 걸으며 각자 다른 살아온 얘기, 객지에 나가 사는 아이들 걱정, 분통 터지는 세월호 뒷얘기 등등으로 때로는 깔깔거리고 한편에서는 혀를 끌끌차기도 하며 그렇게 얘기꽃을 피우며 어두워져가는 바닷가를 그렇게 걸었다.

이윽고 용두마을 못미처 라성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일행을 가로 막았다. 작년에도 이곳 때문에 포장도로로 우회 했었는데 오늘도 어두운 밤 바닷길 어느 곳에 빠질지 몰라 다시 우회해야만 했다. 일행들은 8㎞, 이십리 백사장을 걷는 최대 장애물인 이곳에 무지개다리를 놓으면 좋겠다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우리 땅 고창의 구석구석을 걸어본 고창인들만이 알고 개선할 수 있는 소중한 제안이리라.

 

   
▲ 유기상, 박현규(우측) 씨

# 한밤중 트럭 도우미 나선 우렁각시 덕에
딱딱한 아스팔트길을 벗어나 다시 명사십리에 발을 내디디니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작년과 달리 남쪽으로 걸으니 남풍이 가슴을 적시고, 간간히 흣 날리는 빗방울이 더위를 날려버린다. 10시경에 구시포에 도착하니 자룡리 사는 주진천 씨의 부인이 고맙게도 트럭을 몰고 마중 나왔다. 동호에 승용차를 놔두고 온 참가자들이 그 트럭에 타고 가서 자신들의 차를 가져올 수 있었다.

백사장 걷기는 상당히 운동도 되었는지 돌아오는 차안에서 잠깐 졸았는데 벌써 고창에 도착했다. 무사히 프로그램을 미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몇 시간 전 풍경이 마치 오래전 여행 속 흑백사진처럼 아스라하게 느껴졌다.

   
▲ 어둠이 드리워지는 바닷가

고창코리아 정만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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