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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으로 제초작업 하는 남자’고향 집성촌에 돌아온 ‘솔뫼골 농장’ 소범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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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08  12: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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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크레인 운전

<귀농귀촌 시리즈 2>

“마흔일곱 가구 중 아직도 반절이 진주 소씨로 구성된 집성촌이 바로 행산마을입니다” 해리면 송산리 행산마을과 논고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자리한 ‘솔뫼골 농장’ 쥔 소범수 씨는 집성촌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남 다르다.
 

 #선친 타계 후 귀향 실천
입향조가 15대 선조이니 350여 년 동안 이곳에 터를 닦아온 내력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 듯 하다. 선친 소원식(1928년 생) 씨가 12년 전에 돌아가시고 그 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귀향을 실천에 옮겼다. 2010년 2월이었다. 이곳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도회지에서 크고 자랐지만 전혀 낯설지가 않은 곳이다.
“어릴 적에 명절이나, 제사 등 문중행사 때마다 아버지를 따라 고향에 오면 한복에 정자관을 쓴 증조부께서 나의 고사리 손을 잡고 친척집과 선산 등을 순례하셨어요. 그렇게 구석구석을 기억에 심어놓은 인연이 나도 모르게 고향으로 향하는 귀소본능으로 되살아났지요”라고 회상했다.
3남3녀 중 위로 누나 둘 다음의 장남인 그는 6남매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모여 살 정도로 가족간의 우애가 남다르다고 했다. 지금도 주말이면 남동생 둘이 그를 자주 찾아온다. 전문직에 종사해 귀향이 쉬운 형편은 아니지만 새로 집을 지으면 자기들 방도 만들어 달라고 주문 했다고 한다.
 

   
▲ 산초 앞에서

 #귀향 후 첫 시련, 위암 수술
1남1녀를 둔 그도 서울에서 아이들 교육이 끝나면 부인이 고창에 합류하기로 해 그 전에 농장을 안정궤도에 올려놓으려 좀 마음이 급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사업보다도 더 중요 한 것이 바로 건강임을 알기에 그런다. 그는 귀농하던 그해 연말에 항암수술을 받았다.
도시의 사회생활에 지쳐 귀농을 결심 할 무렵 그는 이미 심신이 약해져 있었던 것이다. 50년 넘게 부려먹은 육신은 고향에서 긴장이 제대로 풀려버린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보석업체에서 잘 나가던 그도 IMF외환위기를 제대로 맞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에 내몰렸다. 10년을 그렇게 보내고 얻은 결론이 귀향이었다.
2009년부터 1년간 귀농귀촌 교육과 연수를 받아 준비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거처를 뚝딱뚝딱 마련하고 처음 한 일이 포크레인을 장만한 것이다. 소형도 아닌 공투라는 중형을 중고로 사서 마당에 갖다 놨다. 하지만, 1년 동안 그냥 세워져 있어야 했다. 몸에 이상을 느껴 검사를 받아보니 위암이었다. 다행히 절제수술이 잘되어 요양을 겸한 시골생활에 들어섰다.

 
 

   
▲ 농장간판

#농지 아닌 산지를 택하다
대부분의 귀농인들이 논과 밭을 일구어 정착하지만, 그는 평지대신 산을 택했다. 마을 앞 나지막한 산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았는데 여기에 필이 꽂힌 것이다. 사람들은 어릴 적 배고픈 추억이 있다면 본인도 모르게 농토를 장만하고 그럴듯한 집을 짓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그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많이 수확하기 위해 비료나 농약을 써야하는 농법대신 친화경 먹거리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많이 못 먹어서 위에 탈이 난 것이 아니고 몸에 안 좋은 것을 많이 먹은 때문이라는 결론에서였다.
2만평의 산에 길을 닦고 포크레인과 쎄렉스 트럭으로 오르내리며 군데군데 나무를 심었다. 감나무 650주, 뽕나무 200주, 아로니아 100주, 매실 40주 등을 심었다. 명색이 고창땅인데 그래서 복분자도 심고 더불어 자두, 복숭아, 대추 등 식구들이 먹을 과실나무도 몇 그루씩 갖췄다.

 
 

   
▲ 영지버섯

#유기농약초농원에 뜻을 두고
이렇게 과수원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작물은 약초이다. 지천에 자생하는 고사리이지만 2천평을 전용 고사리밭으로 가꾸고, 야생마, 약도라지, 산초 등을 심고 가꾸는 유기농약초농원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약초들을 발효해 식음료를 만드는 목표를 세운 소범수 씨는 농업진흥청에서 개설한 455시간의 약초 창업농 교육, 100시간 과정의 전통주 교육, 185시간의 숲해설가 과정 등을 수강하며 약용식물관리사, 유기농업기능사, 조경기능사, 기계화영농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3천 시간이 넘는 교육을 이수하였다.
그런 그를 두고 다른 성공한 귀농인들은 “소득을 창출해야지 뭐 하냐. 그러다 망한다”고 걱정과 핀잔을 주곤 한다며, 얼마 전에는 가장 커다란 돈줄(?)인 마나님이 이제는 더 이상 돈을 내려 보내 줄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웃었다.
 

 

   
▲ 증조부 내외

#중장비로 길도 내고 제초작업도
작업로를 따라 10여 분을 걸으니 산 중턱에 문제의 포크레인이 서있다. 제초작업을 하다 내려왔는데 그 길에 풀들이 벌써 걸음을 막고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능숙하게 장비를 조작해 바가지를 움직이자 풀들이 걷어지고 유실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장비로 제초를 한다기에 전봇대로 이를 쑤시는 격의 허풍이라 짐작했는데 그 효용성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었다.
이 넓은 산허리를 제초하고 무너진 길을 보수하는 도구로는 이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보통은 시골에서 장비가 필요해도 업자의 시간과 날씨가 맞아야 올 수가 있어 정작 필요한 때 쓸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비가 오거나 밤이나 새벽에도 뜨거운 날씨보다 일하기 더 좋아 전조등을 켜고 싸목싸목 일을 한단다. 그러니 그가 포크레인에 애착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곳곳에서 영지버섯도 자라고 이름도 생소한 약초들이 저절로 자라는 이곳을 보니 그가 산비탈에서 농장을 일구는 재미도 짐작이 되었다. 발효식품을 저장할 토굴을 만들 계획에 돌입한 그가 세렉스에 우리를 태운다. 포장농로로 산모퉁이를 돌자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비포장 산길이 나오고 낡은 한옥이 두 채 서있는 그곳에 내린다.

 
 

   
▲ 삼우당 전경

#삼우당을 전통체험장으로
지금은 낡고 한쪽이 기울어지는 형상이지만 전통한옥의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증조부가 60년 전 손수 건축하여 조상들의 시제를 지내고, 시인과 묵객들을 초빙하여 한시를 지으며 교류하던 제실 겸 사랑채였다. 삼우당(三友堂) 이라는 당호를 지닌 그 건물을 그는 증개축하여 전통한옥체험장으로 만들 구상을 하고 정자를 세우기 위해 연못도 새로 만들고 있었다.
그는 “증조부께서 인도해 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다시 이곳을 일구어 놓으면 자녀들이나 조카들도 한번 씩 들려 쉬었다 가며 대를 이어 이 마을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힘이 하나도 안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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