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기풍 박수영 부부

前전북일보 사장을 역임한 언론인이자 서예애호가인 무초 진기풍 선생이 기증한 미술품 140여점 중 명품만을 골라 12월부터 내년 6월까지 고창군립미술관에서 “무초 진기풍 컬렉션 명품전”을 개최한다.

진기풍 컬렉션이란 진기풍 선생이 평생 수집한 것으로 2011년까지 군에 기증한 작품들을 가리킨다. 이번 전시 장르는 서양화, 한국화, 서예, 도자기, 현판 등 70여점에 달하며 소치 허련(小癡 許鍊), 창암 이삼만(蒼巖 李三晩), 남농 허건(南農 許楗), 해강 김규진(海剛 金圭鎭), 취운(翠雲) 진학종(陳學鐘) 특히 서양화가 진환(陳瓛) 등 서예ㆍ미술사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명품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 전시의 서(序)에 해당하는 취운(翠雲) 진학종(陳學鐘)의 현판(無初軒)에는 초서체로 “진씨 가문은 본래 대성(大姓)이었다”(晉門本大姓)라고 쓰여 있다. 진기풍 선생의 본관은 여양(驪陽)인데, 여양진씨는 고려 명문가로 그 일파가 고창으로 남하하여 세거해 오고 있다.

▲ 진환 작-우기8

▲ 덕현 정익환 작-묵죽

진씨 집안의 이름난 서양화가였던 진환(陳瓛, 1913-1951)의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을 계기로 호남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격조 있는 선구안으로 많은 명작을 수집했고, 노년에 이르러서 이를 고향에 기증하여 현재 고창판소리박물관 별관 군립미술관에서 소장 전시 중이다.

진기풍 컬렉션의 제1호에 해당하는 ‘우기(牛記)8’은 망각 속에 묻혀 오다가 재평가된 진환(陳瓛)의 대표작으로 일제 식민치하에서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엄마 소’와 ‘아기 소’를 그린 작품이다. 진환은 황색계열의 색채를 선호했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황토 흙을 직접 캔버스에 오브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 고화 흠작 장미와 안개꽃

유화 ‘사물놀이’는 농악 그림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원로작가 홍순무(洪淳茂, 1935~)의 작품이다. 농악이라는 무형문화재를 서양의 유화로서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농악놀이의 동적인 모습의 한 순간을 생동감 있게 포착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양화 코너에는 작가 고화흠(高和欽, 1922-)과 하동균(河東均, 1942-)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 소치 허련 작-목련

사군자 코너에는 남종문인화의 거장 소치 허련(小痴 許鍊, 1808-1893), 미산 허형(米山 許瀅, 1851-1931),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 1868-1933), 염재 송태회(念齋 宋泰會, 1872-1942), 유하 유영완(柳下 柳永完, 1892-1953), 근원 구철우(槿園具哲祐, 1904~l989), 유당 김희순(酉堂,金熙舜, 1886-1970), 금봉 박행보(金峰 朴幸甫, 1935-) 등 대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 소치 허련의 묵련(墨蓮)은 연꽃을 푸른 일산 쓴 미인(翠盖佳人臨水)에 비유한 작품으로 화제처럼 연꽃의 은은한 향기가 두루 퍼질(玄檀粉木勻香)것 같은 신운을 자아낸다.

화조류(花鳥類) 코너에는 영운 김용진(潁雲 金容鎭, 1878 – 1960), 효산 이광열(曉山 李光烈 1895-1953), 유산 민경갑(酉山 閔庚甲), 행원 허람전(杏園 許籃田), 취산 최종인(翠山 崔宗寅)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영운 김용진은 조선 말기 서화가로 서(書)는 안법의 기초 위에 缶翁(부옹)의 필치가 다져진 듯 하나 오히려 文氣(문기) 넘치는 독자의 서체이며, 화(畵)는 사군자를 비롯하여 화훼(花卉), 완석(頑石), 과수(果樹) 등의 소재에 능했다.

▲ 유산 민경갑 작-영산홍

▲ 영운 김용진-모란

▲ 소정 변관식 작-부항하경

▲ 유화 유영완 작-묵매

산수화 코너에는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 1899-1976), 취당 홍순인(翠堂 洪淳仁), 백포 곽남배(白浦 郭楠培)의 산수화와 남농 허건(南農 許楗, 1908-1987)과 김한영(金漢永, 1913-1988)이 합작한 작품이 전시된다. 이중 부항하경(釜港夏景)은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 1899-1976)의 작품으로 부산항의 여름 풍경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는 수많은 붓 터치로 결국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는 소정 화법의 주요 특징으로 그의 예술적 장인정신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그는 관념적인 중국 산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독자적인 화법을 확립하여 한국의 산천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창조했다.

서예 코너에는 보정 김정회(普亭 金正會, 1786-1856),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1981-1977), 석전 황욱 (石田 黃旭, 1898-1993), 소전 손재형(素筌 孫在馨, 1902-), 고균 김옥균(古均 金玉均, 1851-1894), 지운(芝雲) 김철수(1891-1985), 장전 하남호(長田 河南鎬, 1926-)의 글씨가 전시되어 있다. 보정 김정회(普亭 金正會, 1786-1856)는 고창 출신으로 조선 개국공신 김사형(金士衡)의 후손이며 예술가이자 대유학자이기도 하다. 대학자로써, 또 서예가로써 글씨와 그림은 지금도 세인으로 하여금 진한 묵향을 느끼게 한다. 전시된 보정 행서는 1817년 작품으로 젊고 비천한 자도 노성해지면 만인의 스승이 되고, 협곡의 요란한 물도 장강의 포용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설파한 내용이다.

▲ 해강 김규직 작-묵죽

무초 진기풍 컬렉션은 서양화, 한국화(사군자, 산수, 화조), 서예 등의 분야에서 호남지방 예술의 맥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교체전시는 내년 6월까지 계속된다.

고창코리아 편집팀